= 백악관에 영향력 행사하는 극우 선동가, 소셜미디어에 황당 주장
= “中 간섭과 영향력 우려” 이례적 논평과도 연결…”백악관 마가 득세”
백악관 인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극우 선동가가 소셜미디어에서 한국에 대한 근거없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백악관의 이례적인 입장문도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치의 열렬한 지지자인 로라 루머는 3일(현지시간) 엑스(X)에 한국 대선 결과와 관련해 “공산주의자들이 한국을 접수해 오늘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것은 끔찍한 일”이라고 적었다.
루머의 글에는 한국시간 4일 오후 4시 현재, 2000개의 답글이 달렸다. 다수는 루머의 메시지가 잘못됐다는 지적이지만 일부는 루머의 주장을 근거로, 또 다른 근거 없는 주장이나 악담을 내놓고 있다.
앞서 루머는 지난달 중순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한국 대선을 불과 16일 앞두고 방한해 선거 모금 활동을 벌일 예정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누구를 위한 모금이냐고? 그게 문제다”라고 말했다.
루머는 별도 게시글에선 “(클린턴의) 방문 시기를 비롯해서 클린턴 재단이나 주류 언론의 보도가 없었던 점 등이 이번 방문의 진정한 의도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한국 대선 결과에 달린 중국의 이해관계 및 클린턴 가문과 중국의 오랜 연결고리 속에서 이번 방문이 아시아 정치 지형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고 썼지만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루머 이외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옛 책사이자 강경보수 팟캐스트 채널 ‘워룸’ 운영자인 스티브 배넌도 엑스에 캐롤라인 래빗 백악관 대변인의 브리핑 영상을 리트윗하며 “한국은 망했다(Korea Has Fallen)”고 했다. 별다른 설명은 없었다.
배넌의 발언은 한국 대선이 다가오면서 자신이 팟캐스트에서 줄곧 제기하고 있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배경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마가 지지자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중국의 지원을 받은 쿠데타로 축출됐다는 황당한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
배넌은 최근 한국 내 극우 집회 이미지를 담은 포스트를 리트윗하며 “Stop the Steal in Korea”라고 적기도 했다. ‘도둑질 멈춰라(Stop the Steal)’는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마가 지지자들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해 확산된 정치 구호이다.
이날 앞서 레빗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백악관 반응이 있느냐’는 질문에 “네, 있다”라고 답하면서 준비해 온 문서를 넘기면서 관련 내용을 찾았다. “여기 있을 거다”라면서 페이지를 넘기던 레빗 대변인은 “현재는 없지만 연결해 드리겠다”면서 답변을 미뤘다.
이후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대한 입장을 묻는 뉴스1의 질의에 ‘백악관 관계자’ 명의로 “미국과 한국의 동맹은 여전히 철통같다”고 전해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국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진행됐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에 대해 여전히 우려를 표명하며 반대한다”라고 덧붙였다.
가까운 동맹뿐 아니라 어느 나라의 대선 결과에 대해서도 그 첫 평가에 제3국의 영향력을 운운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내용 측면에서도, 이번 한국의 대선에 중국의 간섭과 영향이 없었다는 얘기지만, 이는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을 전제로 하는 만큼 외교적으로 매우 이례적이고 거북한 표현이다.
같은 날 나온 미 국무부의 통상적인 환영 메시지와도 결이 다른 백악관의 이번 입장문을 놓고 일각에서는 백악관 내부의 일부 극렬 마가 성향 인사들의 작품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백악관의 외교안보 수장인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과 주요 참모들이 물러난 것도 루머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이들을 특정해 비판한 이후 벌어진 일이다. 이들이 물러난 이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조직 축소 및 재편 작업을 거치면서 한층 극우 성향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일 선임기자<기사제공 = 하이유에스 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