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가 16일 별세했다. 향년 97세.
신영숙 여성가족부 장관 직무대행은 이날 “길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국내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셨던 분”이라며 “또 한 분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떠나보내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별세 소식을 전했다.
1928년 9월 10일 평안북도 희천에서 태어나 평양에서 자란 길 할머니는 13세 당시 공장에 취직시켜 주겠다는 말을 듣고 가족 누구에도 말하지 않고 일본군을 따라갔다. 이후 하얼빈 위안소로 끌려가 폭력과 착취 등 끔찍한 피해를 입었다.
길 할머니는 1998년 용기를 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신고로 피해 사실을 알렸다. 이후 길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김복동 할머니, 이용수 할머니, 김군자 할머니등과 함께 꾸준히 활동했다. 수요 시위와 일본 증언 집회는 물론 유엔 회의에도 참석해 수차례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또 각종 활동을 통해 국제 사회가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의 인권회복을 위해 연대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신 직무대행은 “생전에 많은 풍파를 겪으셨던 만큼 평안을 찾으시길 바란다”며 “여가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면밀히 살펴 지원하고, 피해자 분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길 할머니의 빈소는 인천 연수구 인천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8일 오전 9시30분이다.
한편, 길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7명으로 줄었다.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모두 240명으로, 현재까지 233명이 사망했다. 생존자의 지역별 거주지는 서울과 대구, 경북, 경남 각 1명, 경기 3명이다. 연령별로는 90∼95세 2명, 96세 이상 5명으로 평균 연령은 95.7세다.
2007년 7월30일 2차 세계대전 중 수천 명의 여성을 성노리개로 강제동원한 만행에 대해 사과하도록 일본 정부에 촉구하는 일본군 강제종군위안부 결의안(H.R.121) 일본계 3세인 마이클 혼다 전 하원의원이 발의한 결의안을 표결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하지만 길 할머니를 비롯해 먼저 가신 할머니들은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받지 못하고 떠나셨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상정하며 일본의 공식 사과를 촉구했던 고 레인 에반스 의원이 2006년 퇴임 직전 발의한 결의안 759호는 외교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노력은 2007년 마이크 혼다 의원이 발의한 결의안 121호가 미 하원에서 통과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미주 한인들은 일본군 위안부 및 정신대 피해자들의 역사적 진실을 알리고 정의 실현을 위해 미 의회에 위안부피해자 결의안 및 법안을 통과 시키기위해 지지를 요청하고,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모금운동을 하는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었다.
전문가들은 위안부와 정신대 피해자들의 증언을 보존하고 후세에 알리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 시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잊지 않고 국제 사회와 협력하여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이유에스코리아 윤영실 기자